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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안병하 경무관 "시민에게 총을 겨누지 말라"
국민일보 김동우 기자 입력 2015.11.17. 00:16 수정 2015.11.17. 00:37
네티즌들 사이에서 고(故) 안병하 경무관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경국장이었던 그는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라는 신군부의 명령을 끝내 거부했는데요.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과 함께 다시금 입에 오르는 위인입니다.
11·14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캡사이신 물대포로 과잉 진압 논란이 일자 네티즌들은 ‘8월의 호국 인물’이기도 한 안 경무관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6·25 전쟁 당시 무장공비 소탕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했습니다. 1968년에는 남파 간첩선을 타고 침투한 북한 무장 공비를 소탕한 공로로 중앙정보부장의 표창과 녹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빨갱이’란 불명예를 얻는 일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전남 경찰국장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는 치안 유지가 어려우니 군 병력 투입을 요청하라는 신군부의 강요를 거부했습니다. 또 광주 시민을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을 거역한 채 “우리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시민인데 경찰이 어떻게 총을 들 수 있느냐”고 항변했습니다.
그는 경찰이 소지한 무기를 모두 회수했습니다. 또 부상당한 시민들을 치료하고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시민들은 “경찰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민주 경찰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화답했죠. 총성이 오가던 유혈의 현장에서도 소통은 가능했습니다.
그는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 그 달 26일 직위해제를 당했습니다. 보안사 동빙고 분실에서 10여일이나 고문을 당했는데요. 고문의 후유증 속에서 1988년 10월 10일 눈을 감았습니다.
기회주의자로 살지 못하고 애국을 한 안 경무관은 그렇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가 서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가 아닌 기회주의자와 애국자의 프레임에서 역사가 서술돼야한는 주장은 안 경무관을 위해 있는 말입니다. 애국자의 길을 걸었던 그의 말로는 씁쓸했습니다.
이번 시위에서 안 경무관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민중총궐기 대회는 대회 몇주전부터 꾸준히 경찰에게 고지됐던 시위입니다. 10만명의 인파가 운집되기 전 대화 시도의 기회는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갈등은 파국으로 치달았습니다. 지나치게 많이 투약돼 채 녹지도 못한 캡사이신 덩어리가 식용유와 함께 어린 의경과 60대 농민 등 시민들에게 쏟아졌습니다. 양 측의 부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는데요. 그런 가운데 한 시민은 최루액이 눈에 들어가 괴로워하는 의경에게 생수를 붓기도 했습니다. 어린 의경도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었다”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미국 등 세계 선진국들은 국가나 시민의 생명을 해한 이에게 기회주의자라는 불명예를 안깁니다. 정의나 명예와 같은 기본적인 가치들이 국가를 서게 하죠. 기회주의자는 살고 애국자가 빨갱이로 몰리는 한, 안 경무관과 같은 위인을 이 땅에서 다신 못 볼지도 모릅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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